이번 주 여러 나라의 디자인 소식에서는 새 건물을 세우기보다 이미 있는 장소의 시간과 맥락을 읽어 내는 작업이 겹쳐 보였다. 중국의 도시 재생 건축, 역사적 저택인 아시엔다에 대한 부분적 개입, 일본 오사카의 기록 전시는 규모와 장르가 서로 다르다. 그래도 기존의 것에 덧대고 이어 가는 방식이라는 점에서는 닮았다.

중국: 외면받던 사무 건물을 공공 문화 거점으로

ArchDaily 중국판에 따르면 Vari Architects(万社设计)는 중국 서남부 산악 도시의 겹겹이 접힌 지형 속에 RICHAUS를 선보였다. 기하학적인 현대적 볼륨을 지닌 큰 건물이지만, 설계진은 이 건물이 자연과 대화하며 복잡한 지형에 스며든다고 설명한다. 프로젝트의 핵심은 도시 재생이다. 도시 조직 안에서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하던 사무 건물에 새로운 건축 질서를 입혀 문화·커뮤니티·산업·상업을 잇는 공공 문화 허브로 바꾸는 것이 목표였다. 설계 과정 내내 건축과 자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접점을 만드는 방법을 탐구했다는 것이 설계진의 설명이다.

아시엔다: 장소의 최근 역사 위에 놓인 부분 개입

ArchDaily 브라질판에 따르면 Taller Eduardo Audirac은 산후안바우티스타 아말루칸 아시엔다(Hacienda de San Juan Bautista Amalucan)에서 몇몇 지점에 한정한 작업을 진행했다. 프로젝트에는 '조상의 중심성(Centralidade Ancestral)'이라는 제목이 붙었고, 이번 개입은 이 장소가 최근 거쳐 온 역사의 흐름 안에 자리 잡는 것으로 소개됐다. 전체를 갈아엎지 않고 필요한 곳에만 손을 대는 접근이다.

일본: 해마다 한 번, 쌓인 시간을 펼치는 전시

JDN에 따르면 오사카의 rouleur studio에서 「Nen1chi 2016-2026展」이 2026년 10월 9일부터 10월 18일까지 열린다. 2016년부터 1년에 한 번씩 이어 온 활동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다. 한 번에 완성된 결과물보다 일정한 주기로 쌓인 시간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앞의 두 건축 사례처럼 시간의 층위를 디자인 재료로 삼는다.

공통점과 차이

세 사례는 도시 건축, 역사적 저택, 소규모 전시로 규모가 크게 다르다. 중국 사례는 방치된 건물을 지역 공동체의 중심으로 넓혔고, 아시엔다 작업은 최소한의 개입으로 장소의 기억을 존중하는 쪽에 가깝다. 일본 전시는 공간보다 시간의 축적을 다룬다. 그럼에도 이미 있는 것에서 출발해 그 위에 관계와 의미를 새로 겹친다는 태도는 같다.

한국 집에 적용하면

  • 전면 철거보다 부분 개입부터: 상태가 괜찮은 벽, 문틀, 바닥은 살리고 동선이나 조명처럼 불편이 큰 곳만 골라 고치면 공사 범위와 폐기물을 줄일 수 있다.
  • 외면받던 공간에 역할 주기: 창고처럼 쓰던 작은 방이나 베란다를 가족이 함께 쓰는 서재나 취미 공간으로 바꾸면 집 안에 모두가 모이는 거점이 생긴다.
  • 바깥 풍경과의 접점 만들기: 창가 가구의 높이를 낮추고 시야를 가리는 수납을 정리하면 나무나 하늘 같은 바깥 풍경을 실내로 끌어들이기 쉽다.
  • 해마다 한 번 집을 기록하기: 같은 자리에서 매년 사진을 찍어 두면, 다음에 고칠 때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바꿀지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