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테리어에서는 좋은 마감재만큼 소리가 어떻게 울리는지, 빛이 어디로 드는지, 공간을 얼마나 오래 쓸 수 있는지도 중요하게 다뤄진다. 이번 주 영국, 벨기에, 멕시코에서 나온 소식은 서로 다른 규모와 용도의 공간이지만 같은 질문을 던진다. 눈에 보이는 것 너머의 조건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맨체스터: 음악과 대화를 함께 살리는 흡음 설계

영국 디자인 매체 Dezeen에 따르면 맨체스터의 칵테일 바 겸 레스토랑 Bar Shrimp는 붉은 벨벳으로 꾸민 실내에 Autex Acoustics가 맞춤 제작한 흡음 패널을 설치했다. 패널 표면에는 레이저로 무늬를 새겼다. 매장에는 전용 음향 시스템이 따로 갖춰져 있지만, 흡음 패널이 소리를 정리해 손님이 음악을 즐기면서도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한다.

실내는 전체적으로 어둡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붉은 벨벳 커튼을 늘어뜨렸고 푹신한 벤치형 좌석을 놓았다. 커튼과 쿠션 같은 패브릭이 분위기를 만드는 동시에 소리도 흡수한다. 흡음재를 숨기지 않고 장식 요소로 드러낸 점도 눈에 띈다.

겐트: 빛을 따라 짠 30㎡ 평면

독일판 AD에 따르면 벨기에 겐트에서는 Studio Fors로 활동하는 Giel Heymans와 Julie Wyckaert가 30㎡ 규모의 아파트를 설계했다. 두 사람은 집 안에 자연광이 들어오는 위치를 기준으로 평면을 짰다. 그 결과 작은 집이 실제 면적보다 넉넉해 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창의 위치에 맞춰 가구를 놓는 데서 그치지 않고, 빛이 드는 방향을 공간 배치의 출발점으로 삼았다는 점이 핵심이다. 좁은 집일수록 벽을 하나 더 세우기보다 빛이 지나는 길을 열어 두는 편이 체감 면적을 키운다.

멕시코시티: 55년째 세대를 모으는 공간

AD 멕시코·라틴아메리카판에 따르면 멕시코시티 북부의 쇼핑몰 Plaza Satélite는 1971년 문을 연 뒤 건축을 여러 차례 바꿔 왔고, 올해로 55년을 맞았다. 매체는 이곳이 지금도 여러 세대를 한자리에 불러 모으는 이유를 공간에서 찾았다. 시대에 맞춰 고쳐 쓰면서도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로서의 역할을 지켜 온 것이다.

공통점: 보이지 않는 조건을 먼저 설계한다

세 사례가 다루는 공간은 바, 소형 주택, 대형 상업시설로 제각각이다. 그래도 소리, 빛, 시간처럼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요소를 먼저 설계했다는 점은 같다. 장식을 고르기 전에 그 공간이 어떻게 들리고, 어떻게 밝아지며, 오래 지나도 쓸모가 있을지를 따져 본 것이다.

한국 집에 적용하면

  • 울림부터 잡기: 거실이나 서재에서 소리가 울린다면 두꺼운 커튼, 러그, 패브릭 소파나 쿠션을 늘리는 것만으로도 잔향을 줄일 수 있다.
  • 흡음재를 장식으로: 벽에 흡음 패널을 붙인다면 무늬나 색이 있는 제품을 골라 포인트 벽처럼 활용해 본다.
  • 창 앞을 비워 두기: 작은 집에서는 창 앞에 키 큰 가구를 두지 말고, 빛이 집 안쪽까지 닿도록 낮은 가구를 놓는다.
  • 빛의 동선 따라 배치하기: 하루 중 볕이 오래 드는 자리에 식탁이나 책상을 놓으면 자주 쓰는 공간이 자연스럽게 밝아진다.
  • 고쳐 쓰기 쉬운 구조: 리모델링할 때는 붙박이를 줄이고 옮길 수 있는 가구를 늘려 두면, 생활이 바뀌어도 공간을 다시 꾸미기 쉽다.